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삶이 지루한 ELCAMAN

백.. 수.. 엘.. 카..

by ELCAMAN 2011. 11. 19.

세상에 휴일 없는 새가 있다는데..

늘 하늘을 날아다니다 지치면 짱박혀서 쉰대..

평생 딱 한번 맘대로 쉬는데..

그건 바로 짤릴때지..

- 백수정전 중에서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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훗날 사람들은 나를 백수엘카라 부를 것이다..

휴일에 대한 강한 집착은 사람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..

남들이 나보고 뭐라고 하든 그들이 나보다 더 많이 쉬는것이 싫다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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금년엔 비정규직법안으로 인해 민주노총이 잦은 집회를 가지니 천하가 파업에 시달렸다..

파업을 하면 문제가 생기고 나도 일거리를 얻게 된다..

나는 문제 해결이 직업인 엘카맨이란 사람이다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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매달 세째주말 즈음해서 삼성건설에 다니는 친구가 술 마시자고 찾아온다..

그의 이름은 황기사..

그는 늘 동쪽에서 나타났기에 "동사"라는 별명을 얻었다..

몇 달 동안 계속 그랬다..

이번달엔 술을 선물을 가져 왔다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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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한날 현장 근처 노래주점에 갔는데..

마담이 자기 전남편도 예전에 건설회사 다녔다고..

반갑다며 술을 한 병 주더군..그 술 이름은..


휴 생 몽 사( 休 生 夢 似 )..

'쉬면서 사는 것은.. 꿈속과도 같다..'


이 술을 마시면 회사 일을 모두 잊고 쉴 수 있다고 하더군..

난 그런 술이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았어..

노가다 하는 남편이 집에서 대화를 잘 안 하는건..

현장에서 쉴새없이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..

쉴 수만 있다면 대화가 잘 될꺼라고 했어..

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? 자네 주려고 가져온 술이지만 나눠 마셔야 할 것 같군.. 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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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는 아부지의 애정어린 조언으로 인해..

술 끊은지 2년이 넘었다..

그는 언제나 술이 만땅 되어 왔기에..

내가 2년 전부터 마신 술이..사이다라는 것을..

아직도 모르고 있다.. 호부호형(呼父呼兄)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..

물론.. 나는 이 "휴생몽사"를 마시지 않았다..

근데.. 효과가 있었던 걸까?

그날 이후로 그친구는 회사를 영원히 쉬었다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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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나이를 보아하니 대리 초봉정도 되겠군요..

살다 보면 일요일날에도 못쉬게 하는 사람들이 있죠?

이렇게 못 쉬게하는 사람들을 공구리에 파묻고 싶은적도 있을 테고..

하지만 용기가 없었군요..

아니면 필요성을 못 느꼈던가..

공구리를 퍼붓는건 아주 쉽소..

내가 아는 사람중에 능력은 뛰어나나..

돈이 궁한 공구리 반장이 있는데..

돈만 조금 주면 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..

기술적으로 공구리를 퍼부어줄 거요..

잘 생각해 보시오.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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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사람의 이름은 백반장.. 공구리 하나는 정말 잘 친다..

그는 모자를 눌러 쓰고 쓰리빠를 신고 다닌다..

내게 보탬이 될 줄은 알지만 난 이 사람이 싫다..

내 운세에서 숫자 100을 만나면 백수가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.

난 그에게 안전모와 안전화를 지급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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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뭐요? 한대가리에 이십마논이 비싸다는 거요?

그럼 싼 사람을 찾으시오..

저쪽에 쓰리빠 끄실꼬 맨대가리로 돌아다니는 놈들 몇 명 있군..

반대가리만 줘도 대충 쳐줄것이요..

근데..

안전화도 안 신은 로타리들을 믿을 수 있소?

만약 저들이 실패해서..

당신들이 시킨걸 상사에게 누설하면 어찌될 것 같소?

내 친구의 실력이 저들보다 낫다고 장담은 못하겠소..

하지만 이 일에 당신의 현장생활이 걸려 있소..

이 점만으로도 안전화를 신은 공구리공을 믿어야 하오.. 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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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일 뒤 백반장은..

의뢰인이 요구한 대상에게..

자바라를 교체하는 척하며..

상판에서 공구리를 기술적으로 퍼부었다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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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날 백반장의 와이프가 왔다..

백반장은 와이프를 만나지 않았다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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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 왜 와이프를 피하지? "


" 쫓아도 안 가는데 어쩌겠소? 노가다 하는 놈이 마누라와 다닐 순 없잖소? "


" 누가 안된다고 했나? 다 하기 나름이야..

나도 옛날엔 자네 같았지..

회사에 인정을 받을려면 휴일도 가족도 버려야 하는 줄 알았어..

그런데 몇년만에 집에 돌아가 보니..

내 와이프는 아싸노래주점에 자유부인이 돼 있더군."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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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할 일이 없을 땐 대구 쪽을 바라보았다.

옛날에 그곳엔 날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다.


그래..이제 생각이 났다..

그건 그녀가 예전에 내게 던진 농담이였다..

휴 생 몽 사 (休 生 夢 死)..

"쉬듯이 살다가는.. 꿈꾸는듯이 짤린다.."


그녀는 전에 늘 말했었다..


'야근은 하더라도.. 회식은 하지 말라..'고..


난 매일 같은 꿈을 꾸었고 얼마 안 가서 이 일을 접었다..


그 날은 대구역이 터미널보다 따뜻하니 대구역에서 자라고 했다..


삶이 지루한..

ELCAMAN 올림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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